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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 가족 에세이35

틀니는 오해야! 우리 가족 잠드는 알람은 10시. 저녁에 막내딸과 책을 읽는데 10시가 지났다. 양치하고 빨리 잠들길 바랐는데, 딸은 계속 종알거렸다. 나는 귀를 서서히 막으면서 딸의 얼굴, 이빨에 시선이 모였다. 재작년에 교정한 이빨이었다. 나는 이빨이 고르게 나고 잘 다물어지는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딸의 말을 가로막고 급히 물었다."어디 보자, 틀니!"     갑자기 딸이 박장대소를 했다. 나도 덩달아 웃음보가 터졌다.누가 내 마음에 기름칠을 해준 걸까? 바란 건 아니지만 생크림을 먹는 듯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쩍쩍’ 갈라지는 단조로운 일상에 버터같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말.‘틀니’라고 갑자기 뱉은 말도 이렇게 소용 있을 때가 있다니!      윗니가 아랫니를 덮어서 아이가 음식 씹는 걸 어려워해 치과에 갔었다. 다행.. 2024. 8. 2.
바지의 행방 “아휴, 더워!”학원 다녀온 아들이 샤워하고 저녁을 먹겠다고 했다. 아들방에서 서랍 뒤지는 소리가 나더니 거실로 나왔다.“엄마, 바지 안 빨았어요!”“빨아서 넣어놨을 텐데. 이상하다.”“다 찾아봐도 없어요! 내가 내놨는데. 빨래 안 해요?”“엄마가 찾아볼게.”“알았어요.”     아들은 내가 찾아본다는 말에 화난 말투가 수그러졌다. 샤워 소리가 나는 동안 나는 아들 바지를 찾아야 했다. 아들의 잔소리를 들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 방에 들어가 옷장 서랍 세 칸을 샅샅이 뒤졌다. 아래에서 첫 번째 칸은 속옷, 두 번째 칸은 겉옷 바지, 세 번째 칸에는 윗옷이 들어있다. 아들이 말한 대로 속옷 칸에는 잠옷 바지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두 번째 칸을 파헤치니 맨 아래에 바지가 박혀 있었다.  ‘아, .. 2024. 7. 26.
리모컨 찾아, 미션이야! 아침에 밥상을 차리고 티브이를 보려고 리모컨을 찾았다. 다행히 내 눈의 레이다에 잡혔다. 안심된다.나는 남편과 20년 가까이 살면서 이 리모컨 때문에도 갈등이 생긴 적이 많았다. 남편의 피로 회복제는 리모컨이었다.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세상을 둘러보는 일. 리모컨은 남편을 울고 웃게 하는 카타르시스의 장치였다.  그 귀한 리모컨을 나는 쉽게 생각했었다. 아이들이 보다가 소파 밑에 떨어지거나, 숙제를 안 할까 봐 내가 침대 속에 숨겨 놓고서 못 찾을 때도 있었다. 왜 남편이 올 시간만 되면 리모컨이 사라지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남편이 도깨비처럼 들어와 리모컨이 사라진 걸 느낀 순간, 남편의 눈에서 빛이 튕겨 나왔다. 리모컨을 찾을 때 나오는 화난 빛이었다. 나는 리모컨을 찾을 때까지 한 시간, 두 시간.. 2024. 7. 7.
마들렌과 머핀의 차이 막내딸과 제주도 여행 얘기를 하다가 내가 가지고 있던 여행지도(제주도 투어 패스 이용할 수 있는 여행지)를 딸이 자기도 본다며 출력해 달라고 했다. 컴퓨터 앞에서 지도를 출력하는 동안, 옆에 있던 딸이 갑자기 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언니가 생일 선물로 받은 쿠키가 많아, 그것부터 먹어” “싫어, 나는 쿠키보다 빵이 좋아!”막내는 엄마가 만들어 준 빵이 더 좋다고 했다.나는 딸을 생각해서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떤 빵이 좋은지 물었다. 딸은 머핀을 만들자고 했다. 나는 삼일 전에 딸이 방과 후 요리 수업에서 만들어 온 마들렌이 생각났다. ‘쿠키 싫으면, 마들렌 먹으면 되겠네!’딸은 먹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머핀과 마들렌은 틀만 다르지,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같다며, 그냥 마들렌을 먹고 머.. 2024.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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