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재해석 가족 에세이35 밥에 담긴 오해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들과 나는 밥상에서 자주 전쟁을 한다. 결말이 없는 전쟁. 늘 똑같은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상처 받고, 하지만 가족이니 삼팔선은 없다. 그런데 오늘은 전쟁의 끝이 보였다. 그 얘기를 하고 싶다. 아들의 말투가 싸우자는 말투다! 그냥 뱉은 말인데, 고깝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칠 전, 아들이 저녁 11시 반쯤에 오삼불고기 덮밥을 먹다가 더 이상 못 먹겠다며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빨 교정기를 해서 아프다는 것이 이유였다. 컵반 안을 보니, 밥이 한 숟갈 남아있었다. 마저 먹으라고 하면 기분 나빠할까 봐 그냥 음식물쓰레기통에 그것을 버렸다.오늘 저녁은 카레라이스. 아들이 밥을 먹으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밥을 한두 숟갈 뜬 것 같아 보였다. 평소에 .. 2024. 6. 13. 카키브라운 글짓기 동아리 모임에 갔다.“머리 염색해야겠네.” 라는 지인의 말을 들었다. 나는 얼굴보다 머리카락으로 신선이 쏠릴 만큼 희끗해진 나이를 스스로 인정해야한다는 것을 그제야 느꼈다. 머리를 질끈 묶고 젤만 바르고 다니길 몇 년, 아이 셋 키우는데 머리에 무슨 신경을 쓰나 싶고 커트 하는데도 아이들에게 ‘척’ 주던 돈을 나에게 쓰기는 아까웠다.6개월 전 유방조직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얼마나 초초한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 온통 신경이 쓰였던 때가 떠올랐다. 내 앞에 두 명의 여성이 검사 결과를 듣고 돌아갔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삼십 분이 몇 달을 기다리는 시간 같았다. 입 안이 바짝 말랐다. 기다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2024. 6. 13. 새우깡 나는 과자가 갑자기 먹고 싶어서 “새우깡 먹고 싶어!” 라고 혼잣말했는데, 6학년인 막내딸이 학원 다녀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사 온다고 했다. 딸은 내가 아까 자기한테 삐진 줄도 모르고 대꾸한 거다. 사실 나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과자가 당겼다. 막내 주려고 양말을 사 왔는데, free 사이즈의 양말이 발에 끼인다며 신으려는 시늉만 하고 던져버린 거다. 나는 자기 생각해서 사 온 것이고 그냥 신지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구나 싶어 딸에게 예민하다고 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은 것도 섭섭했다.“새우깡 먹고 싶어!” 순간 머릿속을 스친 과자였다. 나는 문득 며칠 전에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났다. 요즘 밖에 신고 나갈 양말이 없다며 양말 좀 사달라고 했던 말. 나는 다음 날 대형마트에 가서 열 켤레나 되는 양말 세.. 2024. 6. 13. 이전 1 ··· 6 7 8 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