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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 가족 에세이35

땅겨 먹는 마라탕 막내는 무지 마라탕이 먹고 싶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 같았다. 나는 어째서라도 안 먹이려고 했다. 딸과 나의 밀당 작전이 시작된 거다!“엄마, 마라탕 10월 거 땅겨 먹을래?”“안돼! 자꾸 그렇게 땅겨 먹으면 약속이 아니지. 원칙을 지켜! 그리고 이번 달에 3번이나 먹었다고.”“한 번은 내 돈으로 사 먹었잖아!”딸은 한 달에 한 번 먹는 마라탕을 챙겨 먹고, 현장 학습 갔다가 오는 길에 친구와 사 먹었고, 지난주에 자기 돈으로 사 먹었다. 그리곤 도저히 이틀을 못 견디고 사달라고 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처럼 더 달라고 한다. 나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처럼 이틀만 버티라고 했는데, 호랑이가 되겠단다.“곰이 쑥,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됐다고 .. 2024. 11. 19.
아들 수능 치러 가던 날 “배정학교도 가깝고 여느 수능일보다 따뜻하고, 널 위한 날이네!”      아침에 6시에 일어난 아들은 쉽게 기상했다. 난 며칠 전부터 ‘수능 도시락’ 메뉴를 고민했고, 그날 아침과 점심을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국을 통일할까, 말까를 알람 소리에 깨면서부터 쭉 생각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며 난 정했다.‘그냥 통일하자!’오리훈제볶음, 시금치, 김치, 계란찜, 소고기뭇국을 차려놨다. 아들이 아침을 먹기 직전에 누구에게 보내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사진을 찍어 댔다. 난 어제저녁에 주문해서 새벽에 받은 합격 엿을 아들 눈에 띄지 않게 소파로 가져와 상자를 열어 메모지에 짧은 응원 글을 적어 넣었다. 점심 ‘수능 도시락’으론 돼지불고기, 시금치나물, 김치, 소고기뭇국, 새벽에 온 하루 과일 팩을 챙겨서 도시락 지퍼.. 2024. 11. 17.
응급조치 스파게티 점심으로 막내부터 라면을 먹이고, 아들은 오리훈제에 된장찌개와 반찬을 차려줬다."어쩌지!"1시 반인데 밥솥에 밥이 없었다. 곧 큰딸이 들이닥칠 텐데, 햇반을 살까? "엄마, 점심 메뉴가 뭐야?"큰딸이 오늘도 현관문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토마토스파게티 해줄게!""아싸!" '스파게티면은 많고, 소스?'소스가 1인분 밖에 없었다. 3인분을 해야 하는데 어째? 막내도 스파게티를 보면 자기도 먹겠다고 할게 뻔한데. 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양파와 햄을 먼저 기름에 볶고, 1인분 소스에 채 썬 토마토를 넣고, 비장의 무기인 가루를 반 스푼 넣는다. 치킨스톡! 마지막으로 소스에 토마토케첩을 한 번 둘러 간을 맞췄다.스파게티면은 삶는 것이 좀 귀찮은 일인데, 이번에 전자레인지용 쿠커를 샀다. 쿠커에 스파.. 2024. 11. 15.
드립 라면 “밥 먹어!”아침 8시쯤 깨웠는데, 막내는 재량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나가, 나 더 잘 거야!”사춘기가 물오를 듯 오른 딸과 맞서는 건 중학생보다 못한 엄마가 된다. 나는 얼른 문을 닫아주며 나왔다.  10시 반, 지금 시간을 놓치면 막내가 아침을 거를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미리 챙겨 먹었다. 엄마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 사춘기 자녀 셋을 감당하려면.막내는 침대에서 핸드폰을 쥐고 여전히 뒹굴뒹굴하고 있다. 나는 책상에 쟁반 채 장조림 계란밥을 놓고 나오면서 말했다."아침 먹으면 라면 끓여줄게. 토요일에 먹는 거지만, 오늘은 특별히!"딸은 군말 안 하고 말했다.“오케이!”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유유히 방을 나간다. 막내는 내 뒤통수에 대고 당부했다.  “물 한강 만들지 마!”“왜, 한강 만들면 노벨문..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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