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짧은 시24 모래의사 단맛, 짠맛, 쓴맛을 감별하는 의사가 왕진을 왔다한 여인이 모래를 가져와 보여주며 의사에게 물었다“이 모래는 무슨 맛이라예?” 의사는 침 묻은 검지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을 보았다“쓴맛입니다!”“마자예! 쓴맛이라예.남편 그릇에 쌓인 모래를 가져왔어예” 모래의사는 그릇을 흔들어보더니, 능구렁이를 잡아 올렸다“30년은 묵었을 거라예,제가 시집온 지가 그러니까예.” 수족이 없는 능구렁이는입만 벌렸다 하면 여인을 쏘아붙였다 모래의사는 능구렁이를 동물원에 보내고그릇에 담긴 모래를 씻어 여인에게 주며 말했다“남편과 동물원에 가서 절대 구렁이를 보지 마세요.아예 가지 않는 게 좋겠군요.”“알았어예.” 그 그릇 안에 모래는구렁이가 살기 좋은 곳이라의사는 여인에게 신신당부했다 2024. 11. 10. 모래부부 남편은 운전대를 잡고 아내는 조수석에 앉아산을 넘고 넘었다가장 높은 후치산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산이 순식간에 폭발했다‘펑!’“튕겨 나가지 않게 꽉 잡아!”남편이 당부하며 차를 몰다가산의 파편들과 함께 차가 떠서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그곳은 조용한 들판이었다차 문을 열고 나온 부부는모래의사와 모래여인의 모습이었다부부는 죽지 않았지만 몸은 모래가 돼서모랫바람으로 들판을 돌았다 좁은 닭장 같은 상자에 철창으로 막혀 있고그 안에 벗은 몸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여인들이 보였다철창 밖으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는사과가 놓여있었는데,여인의 사연을 알려주는 팻말처럼어느 사과는 한입 베어 문 것 같고어느 사과는 꼭지와 씨만 남은 것도 있었다사과마다 흔적이 달랐다여인들은 저마다의 고통으로 몸을 꼬았다모랫바.. 2024. 11. 9. 웅덩이 해변 낮 빛에 반짝이던 돌을 보았니각진 몸에 석영이 매끄럽게 빛나서바다를 품으며 너울대던 모습을빛으로 엮인 밤하늘에 별처럼바닷가에 뿌려놓은 모래빛들을 나도 단단하게 태어나너를 만났지우린 부딪혀 사르르모래가 되었어 거친 몸들이부딪히는 순간은외로움일까짧은 그리움일까 감추고 있던 보드라운 모래알들이비 오는 날에 씻겨 내려와세상 웅덩이에 잠기지 비 갠 후 고인 웅덩이 해변밤마다 달빛에 뜬 별들이잔물결에 출렁이는 건 태어난 바다로 돌아가려는모래의 발자국 소리야물길 따라 흐르려는우리의 몸짓이야 2024. 11. 8. 모래이야기 담기지 않으면 흩어지고 말아어디로 가고 싶니 긴장하던 끈을 깨알같이 놓아 봐줄줄줄 네게도 거친 눈물이 흐르잖아물처럼 손바닥에 놓으면손가락 사이로 흐르잖아 어디로 간다고?바다니어느 시궁창이니모래시계 안이니닭모이로는 어떠니 모래야, 모래야너는 뭐가 되고 싶었어? 벽처럼 틈 없던 네가바위에서 떨어져 쓸려갈 때기도했던 소원가벼워지기로 한 네가짐 덜어내려고 깎이던 네가조개껍질보다 산호보다 바다를 품고몸을 던진 은빛의 네가바위로 돌아가고 싶다고 젖어 있는 네 몸은뭉쳐봐도 모래야묵직해지려 욕심내도갈고닦은 몸이 그렇잖아 너는 모래야끈이 없어 묶이지 않는 모래 너도 알잖아네 몸에 들어와 그어진 많은 선들 물고기의 길이 있고산호도 네 안에 살아미역이 단꿈에.. 2024. 11. 7. 이전 1 2 3 4 5 6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