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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모래이야기

by eye-bird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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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기지 않으면 흩어지고 말아

어디로 가고 싶니     

 

긴장하던 끈을 깨알같이 놓아 봐

줄줄줄 네게도 거친 눈물이 흐르잖아

물처럼 손바닥에 놓으면

손가락 사이로 흐르잖아     

 

어디로 간다고?

바다니

어느 시궁창이니

모래시계 안이니

모이로는 어떠니     

 

모래야, 모래야

너는 뭐가 되고 싶었어?     

 

벽처럼 틈 없던 네가

바위에서 떨어져 쓸려갈 때

기도했던 소원


가벼워지기로 한 네가

짐 덜어내려고 깎이던 네가

조개껍질보다 산호보다 바다를 품고

몸을 던진 은빛의 네가

바위로 돌아가고 싶다고     

 

젖어 있는 네 몸은

뭉쳐봐도 모래야

묵직해지려 욕심내도

갈고닦은 몸이 그렇잖아     

 

너는 모래야

끈이 없어 묶이지 않는 모래  

너도 알잖아

네 몸에 들어와 그어진 많은 선들      

 

물고기의 길이 있고

산호도 네 안에 살아

미역이 단꿈에 나풀대고

조개가 숨어 꿈틀대지     

 

점으로 이어진 수많은 모래알이

바다를 누비는 그 가벼움이 너야     

 

모래야, 모래야

너는 뭐가 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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