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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모래부부

by eye-bird 202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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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운전대를 잡고 아내는 조수석에 앉아

산을 넘고 넘었다

가장 높은 후치산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

산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펑!’

“튕겨 나가지 않게 꽉 잡아!”

남편이 당부하며 차를 몰다가

산의 파편들과 함께 차가 떠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

그곳은 조용한 들판이었다

차 문을 열고 나온 부부는

모래의사와 모래여인의 모습이었다

부부는 죽지 않았지만 몸은 모래가 돼서

모랫바람으로 들판을 돌았다    

좁은 닭장 같은 상자에 철창으로 막혀 있고

그 안에 벗은 몸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여인들이 보였다

철창 밖으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는

사과가 놓여있었는데,

여인의 사연을 알려주는 팻말처럼

어느 사과는 한입 베어 문 것 같고

어느 사과는 꼭지와 씨만 남은 것도 있었다

사과마다 흔적이 달랐다

여인들은 저마다의 고통으로 몸을 꼬았다

모랫바람에서 분리된 모래의사와 모래여인

모래여인이 한 여인 앞으로 다가가

베어 문 사과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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