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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애 지음
동화의 서두가 도둑을 잡으러 뛰는 두 남자와 달아나는 남자아이의 모습이 북적한 시장에서 벌어진다. 긴장으로 따라가며 읽는데 붙잡힐 것 같지 않던 아이가 손수레를 끄는 정씨와 눈이 마주쳤고 손수레를 피하려다 아이는 넘어진다.
5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는 현이, 현이 엄마는 아들이 일곱 살 때 아픈 남편을 위해 외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빌딩 계단 청소를 하다 뒤로 넘어져 그만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아침에 청소하려고 나설 때 따라가려고 보채는 현이를 떼어내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엄마 일하러 가는 것 잘 알잖아. 현이가 자꾸 이러면 엄마 도망간다.”
현이가 어릴 때는 자기 때문에 엄마가 영원히 도망갔다는 생각에 자책했을 것이고, 좀 커서는 아빠가 아파서 엄마가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 때문에 사고가 생겨서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서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현이가 매일 아침 따라간다고 졸라서 멀리 도망을 갔는지 모릅니다. 모두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현이는 돌아가신 엄마를 보지 못했습니다.”
현이는 아빠를 무서워했는데 그 이유가,
“너 때문에 엄마가 오지 않아.”
이렇게 말할까 봐 겁이 났다는 현이의 속마음이 나온다.
현이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혔는데 다른 애들처럼 싸워도 더 혼나고 더 맞는 게 공평하지 않고 이해가 안 됐고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자기편이 늘 없다는 것에 마음 문이 닫혔고, 반항심이 들었다. 누가 잘해주어도 의심이 많았고, 지속적인 사랑을 줄 만한 사람도 곁에 없었다.
현이는 착하게만 굴면 무엇이든지 해 주겠다던 선생님의 가방을 뒤져 돈 만원을 꺼냈습니다.
“네가 이럴 수가 있어? 네가 내 돈을 훔치다니, 넌 정말 형편없는 애구나.”
선생님은 실망하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담임을 하셨던 다른 선생님들과 똑같이 그렇게 야단을 쳤습니다.
아빠는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서 일하러 가지 않고 집에서 술만 마시는 사람으로 보였는데, 엄마가 돌아가시자 일을 하러 다녔다고. 그렇지만 몸은 성치 못했고, 그 일은 장터에서 손수레로 잡다한 물건을 파는 일이었다.
현이가 돈을 훔쳐 달아나다가 아빠인 정씨와 부딪혔을 때 현이는 땅에 머리를 부딪혔고 하반신이 없는 정씨는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버둥대는 정씨를 옆에 있던 구경꾼이 일으켜 세웠고 정씨는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아들에게 가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깨어나게 하려고 했다.
현이를 따라왔던 두 남자는 가구점 주인과 고객이었는데, 현이를 데려가려다 정씨와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 현이를 두고 떠난다. 머리를 다쳤고 기절한 애를 데려가서 뭐 하겠냐고 한 것이다.
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정씨는 아들 곁에 있었다. 현이가 눈을 떴을 때 놀랐는데 혼자 있을 줄 알았던 공간에 정씨가 있었던 것. 침대 아래에서 현이를 보고 있었다.
현이의 눈에는 손수레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아빠의 모습이 보이고 또 보였다.
“널 이렇게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어.”
아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 떨림이 현이의 가슴을 쳤습니다.
“비켜요.”
현이는 정씨를 밀치며 밖으로 나가려는데 바퀴 달린 판자에 의지하고 서 있던 정씨가 넘어져서 버둥댔다.
아빠가 일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종일 땅바닥을 밀고 다녀 새까만 손바닥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부여잡았습니다. 잘린 넓적다리에 묶어 맸던 바짓단이 풀려 납작하게 병실 바닥에 널렸습니다.
현이는 병원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복도 의자에 앉았던 사람들이 현이를 쳐다봤고 병실 안에서 버둥대는 정씨를 보고 놀라면서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문을 꽝하고 닫았다.
“저게 뭐야, 사람인가?”
“다리는 없고 몸만 있잖아.”
정시는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현이가 달려가 정씨의 두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바로 앉혔다. 현이는 그 모습을 보고 후회와 아빠의 사랑을 느꼈다.
‘그동안 아빠는 이런 몸으로, 엄마의 도움도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왜 한 번도 나보고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현이는 아빠의 등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우리 둘이... 엄마 몫까지... 그래, 엄마 몫까지 사랑하며...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돌아가신 엄마는 참 기뻐할 거야.”
메아리가 퍼지는 깊고 넓은 동굴 속처럼 아빠의 몸이 울렸습니다. 현이는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현이의 뺨에 흘러내렸습니다.
<감상평>
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버지가 고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아들을 위해서였고, 아들이 방황하고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혔지만 잘 키워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부자의 관계가 소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주인공 현이가 장터의 가구점에서 돈을 훔친 사건이고 현이는 장터에서 처음으로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놀라 피하려다 넘어졌죠. 아빠, 정씨가 아들이 도망가는 걸 일부러 가로막았다고 하는데, 넘어지면 혼자서는 일어나지 못하는 정씨가 아들을 위해 온몸으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뭉클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병원에서, 기절했던 현이가 깨어나 자신을 막았던 상황을 떠올리며 아빠를 밀치며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 아빠 품에 안기는 장면도 감동적이었어요. 아빠의 성치 못한 몸이 부끄럽지 않고 감사함으로 느껴졌고 강한 아빠의 모습도 발견했을 것 같아요.
부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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