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 달레 지음
아빠의 폭력성을 성격이라고 나타내지 않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앵그리맨이라는 대상으로 기사에서 접하거나 나도 겪는 거지만 사람이 화가 나면 그 사람의 좋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보일 때가 있다. 저 사람 안에 뭐가 들어가서 저렇게 되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걸 잘 표현한 것 같다.
아빠가 때린다는 말을 입 밖에 내는 걸 두려워했던 아이 ‘보이’. 나는 보이가 옆집 아주머니 개한테만 자신이 말할 수 없는 걸 털어놓지만 아주머니도 알고 있다고 얘기한 것처럼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인물이 아주머니가 아닌가 싶다. 임금님이 와서 아빠를 자신이 살고 있는 궁전의 치료소에 데려가는데 이 임금님도 상징이지만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한다.
보이가 집 밖의 주변 나무 덤불나 새들, 잔디에게, 나무에게 그리고 옆집 개한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그곳은 보이에게 열린 공간이다. 아빠가 없는 곳이고, 긴장할 필요도 없는 곳이고, 힘든 것을 말해도 받아주고 퍼트리지 않는 대상이 있는 곳이다. 보이는 그 사물들에게 임금님을 부르며 SOS를 요청했는데, 나는 그걸 듣고 옆집 아주머니가 신고를 한 건 아닐까? 경찰 혹은 치료소 관계자가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서 임금님처럼 꾸미고 와서 아이에게 나타난 건 아닐까? 아니면, 임금님은 큰 존재고 자신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누군지 직접 밝히지 않고 상징적으로 말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빠 속에 앵그리맨이 들어있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임금님은 신적인 존재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화에서 아버지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폭력성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처럼 그려다는 점은 놀랍고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빠가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할 때 그리고 폭력성이 나올 때 주변에 대한 상황을 심리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직접적으로 폭력의 행위를 묘사하는 것보다 주변 분위기와 자신의 감정을 심리묘사로 세밀하게 말해줌으로써 아이의 공포심과 억눌림을 잘 나타낸 것 같다.
평소의 모습은 닮고 싶은 아빠인데, 앵그리맨이 나타나면 닮고 싶은 아빠가 아니라 피해야하는 대상이 된다. 아빠 몸의 깊숙한 지하실에서 올라와 폭력을 가할 때 아빠를 빼앗아가고 엄마를 데려갈까 봐 두려워하는 보이. 앵그리맨이 지나가고도 다시 찾아온다는 아이의 공포심은 항상 아빠에게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폭력을 행사하고 난 후부터 아빠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색하게 된다. 상처의 마음이 아빠를 거부하게 만든 것이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엄마도 아빠 스스로도 앵그리맨을 쫓아낼 수 없다. 누군가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입 밖으로 아빠의 폭력성을 얘기할 수 없다. 왜 그런지는 독자의 상상력 속에 있다.
화마로 뒤덮인 앵그리맨이 된 아빠가 엄마를 종이같이 힘없게 만들고 폭행을 하는 걸 어린 보이는 지켜주지 못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숨는 것이다. 숨소리도 낼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는 것. 화마가 지나가고 온몸이 다친 금이 간 아빠, 그도 힘없는 존재이긴 마찬가지다. 화자가 동화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보이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드러내주는 문체가 이 동화를 몰입하게 해주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판타지로 임금님이 궁전에 아빠를 데려가서 치료받고 올 거라는 것으로 급하게 마무리를 지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상징적인 것으로 앵그리맨만 나오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라면 옆집 아줌마가 도움을 주어서 아빠가 정신과나 상담센터 같은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앵그리맨은 폭력성, 임금님은 신적인 존재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동화가 방향은 나타내주었지만 방법은 잘 나타내주지 못해서 2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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