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효 지음
<줄거리>
담이의 필통 안에서 여러 가지 모양을 가지고 있는 연필들. 담이는 숙제, 동시, 일기를 억지로 쓰는 아이. 연필들도 담이가 쓰는 글들을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연필이 하는 일은 원래 다 재미없고 힘든 줄만 알았는데…….”
어느 날 필통을 안 가져온 친구에게 딸기 연필을 빌려주었고 담이가 먼저 집에 가는 바람에 딸기 연필은 친구 집에 간다. 친구 집에서 딸기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쓰는 사람과 하나 돼서 재밌는 동시도 쓰고 일기도 쓰고 수학공부도 하고 모든 게 재밌게 느껴지는 경험. “일기가 아니라 동화 같아!” 다른 연필들도 딸기의 경험을 부러워한다.
웬일로 한밤중에 담이가 필통 안에 있는 모든 연필들을 꺼내와 편지를 쓰려고 했다. 무지개 연필이 담이 손에 들려져 편지를 썼는데 ‘앞으로 잘 지내자!’라는 단순한 글인데도 무지개가 담이의 가슴이 두근대는 걸 느꼈다고. 두근대는 달콤함이 계속 무지개 마음에 남았고 그 연필에 기대어 다른 연필들도 두근대는 밤이 깊어 갔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새 연필이 들어왔는데 친구가 미국에서 사 와서 선물해 준 연필이었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연필. 이 연필이 신기하다고 한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그 집에 갔는데 친구도 소중히 다뤘지만 소파에 잠깐 놔둔 사이 강아지가 씹어서 끝이 떨어져 나갔다. 담이도 속상해하고 연필들도 속상하지만 담이 친구의 마음을 이해한다.
후반부에 지우개 얘기도 나오는데 연필이 본 지우개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하고 많이 쓰이지도 않고 하는 일은 치우는 일인데도 불평도 없다고 하며 둥글한 성격을 칭찬해 준다.
주말을 맞아 이모네 집에 자러 간 날, 연필들과 지우개의 추억 얘기가 펼쳐진다. 지우개가 비슷해서 뒤 바뀌어 생긴 추억, 담이가 이모네 가족을 따라 처음으로 바닷가에 가서 즐거웠던 걸 일기로 쓴 당근 연필의 추억. 늘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로 끝나는 일기가 그날은 “정, 말, 신, 났, 다!” 로 일기장 한 페이지에 꽉 채워졌다고.
이 얘길 듣고 다른 연필들도 그 느낌이 어떨까 일기장 가득 대문짝만 한 글자를 적는 모습을 상상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좀 아쉽긴 했다. 두근대는 편지 글보다는 흥미가 덜했다. 후반부에 좀 더 힘이 느껴지면 좋지 않았나 싶다. 전체 글에서 김이 좀 샌 느낌이 들었다.
교실에 도착한 연필들, 필통 안에서 연필과 지우개는 못다 한 이야기 하느라 들썩거린다는 마지막 끝맺음은 좋았다.
<느낀 점>
연필들이 필통 안에서 담이가 가져간 연필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길상효 작가만의 기발한 상상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필통 안에서 연필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동화였다. 담이가 쓰는 글보다 친구에게 빌려줘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작가가 지우개 얘기를 꼭 넣고 싶었는지, 연필 얘기만 나오다가 지우개 얘기가 갑자기 나와서 이야기의 흐름을 좀 깼지만 그래도 연필의 마음으로 보고 글을 쓴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도 이런 사물을 주제로 해서 동화를 짓고 싶다는 마음이 쏙 들어왔다. 두어 시간 만에 읽은 동화 같다. 이렇게 빨리 읽은 동화는 장편 동화론 처음 같다.
이해 안 되는 점 – 지우개가 담이와 떨어져 있었던 것을 이야기할 때 연필들과 담이는 몰랐다고 했는데 이야기 중에 연필들은 알게 됐고 담이는 아직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해서 글의 앞 뒤가 맞지 않았다. 그 점은 수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쉬웠던 점 - 지우개가 회상하며 가영이 연필이 겨울바다가 신나는 곳이 아니고 쓸쓸한 것이 답인데 실수해서 지우고 비슷한 문제로 몇 번을 틀려서 화나고 그게 미안했다는 것과 가영이한테 가고 싶어서 울음을 터뜨리는 이야기는 재미가 떨어졌다. 다른 얘기를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