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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모래는 부드럽다

by eye-bird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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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여인이 담벼락에서 휜다

그대에게 밀려

고통 없이 쏟아지는 것이다    

 

영겁을 견뎌온 네가

사바를 떠난 네가

사르르 흐른 이별 위에 뜨면     

 

그대를 미워할 리 없다

여인은 가시에 찔린 흔적을 안고

절벽으로 떨어진다     

 

붙잡을 이유 없다

그녀는 쏟아지는 오일

매끄럽게 가시를 덮고

말랑히 바스러진 그대를 휘감아

유유히 담장을 넘는다     

 

그대의 말과

그대의 숨결과

쓸린 사랑이

모래알에 섞여 부드럽다     

 

콸콸 담벼락을 밀고

윤활유가 내린다

바닥을 치고 모래가 퉁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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