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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 가족 에세이

화천산천어축제 - 하늘가르기 막내

by eye-bird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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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얼음낚시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모여행사에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떠나는 “화천산천어축제”에 가게 되었다.

큰딸과 막내 그리고 나, 셋이 가기로 했는데,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삼각김밥을 먹고 5시쯤에 출발해서 시청역 3번 출구에서 6시반까지 기다리는 버스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강원도 화천에 있는 얼음낚시 축제에 가려면 2시간 이상 걸렸고 예정은 10시부터 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큰딸은 방학 기간에 단단히 잡힌 올빼미 습관으로 새벽 4시쯤에 자는데, 어떻게 5시에 출발하는 얼음낚시에 갈 수 있단 말인가?    

  

출발하기 전날에 큰딸은 내가 못 가면 남동생을 데려가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2월 1일에 파마를 해야 했고, 나름 일정이 있었다. 다음 날 축제 현장에서 아들이 전화하는 통에 알게 되었다. 못 간다고는 했지만 아들이 그날 일정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서 함께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큰딸과 아들 중에 한 명이라도 데리고 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내가 1월 31일에 여행사에 한 사람은 못 간다고 알렸다면 한 명의 비용은 50%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소를 안 해서 36,000원 정도를 버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막내와 나 이렇게 둘이 새벽부터 일어나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 작년 12월말쯤에 GTX라는 게 생겨서 연신내에서 서울역까지 5분 안에 갈 수 있어서 생각보다 넉넉하게 모이기로 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지하 7층, 에스컬레이터로는 3번 정도 내려가야 하는 길이어서 GTX로 5분이지 이동하는 시간은 10분 이상은 잡아야 했다.

 

막내는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핸드폰을 보면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는데, 날 부르며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그건 배려심이 없는 거야!”

“네가 좀 빨리 따라올 수 없겠니?”

막내와 나의 팽팽한 긴장은 걸음걸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차가 떠날까 봐 앞장서서 걷는 거였고, 원래 걸음이 좀 빠른 편인데 딸은 그런 내 마음을 몰라줬다. 자기를 놓고 간다, 버린다고 화를 냈다. 나는 지퍼 닫은 입술로 말을 안 했다. 내 잘못은 없는데 이유를 대면 막내가 “배려심 없어!”라는 돌림노래를 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큰딸이 탈 한 좌석은 비어 있었는데, 짐칸에 짐을 넣는 대신 그곳에 짐을 놓으라고 해택을 줬다. 환불도 안 됐지만 화천문화상품권 5천 원과 축제 입장권, 그리고 얼음조각광장 티켓은 버스에 탄 사람만 주는 거라고 했다. 그중 필요 있는 문화상품권 오천 원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그 바람은 연기 같은 것이었다.

‘후후―’

 

가이드를 따라 화천시장을 둘러보고 곧바로 “화천산천어축제”의 장소로 갔다.

강의 일부가 얼려 있고, 동그랗게 구멍을 뚫어 놓은 곳에 가서 낚시를 하면 된다. 축제는 얼음낚시 외에 일반 낚시를 하는 장소도 있고, 스케이트 타기, 집라인, 눈썰매장, 미끄럼틀처럼 타는 봅슬레이 등 제법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시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인근에는 커피박물관, 얼음조각광장 등 볼거리가 있었지만 이곳보다는 축제장소에서만 놀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물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일곱 마리 이상 잡기도 하고, 하나도 못 잡는 사람도 있어서 운도 있어야 하고 잡는 장소도 중요했다. 10시에 낚시를 시작해서 한 시간반 동안 낚시를 했는데, 나는 산천어를 한 마리 잡았다. 막내는 얼음 구멍 속에서 산처어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고 좋아했지만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낚시에 진심일 줄 알았던 막내가 건성으로 낚시를 할 줄이야....

돗자리에 엎드려 한쪽 손은 빰에 괴고, 다른 손은 낚싯대를 잡고 시선은 얼음 구멍 밖에 있었다. 낚싯대를 오르락내리락 자주 해야 하는데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엄마,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막내는 11시 반쯤에 낚시는 그만하자고 재촉했다. 잡은 물고기를 들고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파란 통에 담긴 산천어 두 마리도 가져갔다. 낚시 장소는 블록으로 지정이 돼 있고 얼음 강바닥에 두꺼운 흰 로 구분이 되어있었다. 언 강에 뚫린 구멍이 한 줄로 맞춰져 있고, 그곳의 출입문은 철재로 얼기설기 엮어서 바람이 통하는 문이었다. 우리는 행사요원이 열어준 3-1의 문을 열고 들어갔었고, 나가기 전 문 앞 파란 통에서 산천어를 구했다. 그 깊은 통에는 3마리 이상 못 가져가는 사람들이 놓고 간 산천어가 스무 마리 이상 담겨 있었다.   

 

먹거리에는 떡볶이, 튀김, 컵라면 등을 파는 곳도 있었고, 잡은 산천어를 군 고구마 굽듯 구워주는 곳, 회를 떠주는 곳도 있었다. 근처에는 농산물 판매처도 있었다. 가이드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버스 안에서 축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서 이 축제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연례행사로 이 지역에서 대목 같은 역할을 하는 축제라고 했고, 이곳에는 나물도 맛있으니 먹어보고 가시라고 소개했었다. 나는 오천 원 상품권 두 장으로 나중에 건나물 한팩을 샀다.      

 

막내와 나는 세 마리의 산천어로 한 마리는 회로 먹고 두 마리는 구워서 먹었다. 막내는 이곳까지 와서도 구운 생선과 회를 먹지 않고 컵라면에 구운 계란만 먹었다. 잡은 걸 먹는다는 게 내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맛만 좋은 걸...

“구운 것보다 회가 맛있네! 초장에 찍어 먹어 봐. 한 점만 먹어 봐?”

“싫어, 절대 안 먹을 거야!”     

억지로 먹이게 할 수는 없었다.

 

 


 

‘왜 오자고 한 거지?’

엄마는 이곳에 온 취지를 살리고 싶고, 막내는 바람을 쐬러 오고 싶었나 보다. 막내는 봅슬레이 미끄럼틀을 스릴 있게 타려고 했다가 내가 입장권을 사려고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니까 딴지를 걸며 안 탄다고 했다.

“엄만, 날 버리고 가면 어떡해, 배려심은 1도 없어!”

나는 계속 일방적인 딸의 말을 듣고 대구는 안 했다.     

“스케이트 탈래? 하늘가르기는 어때?”

“하늘가르기”는 강을 건너는 집라인이었다. 바람을 쐬러 온 막내는 “하늘가르기”를 선택했다.  

막내는 기분이 좀 풀렸는지, 스케이트도 타겠다고 했다. 막내가 언 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나는 10분 정도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사진을 찍어주고 쉼터로 들어가 쉬었다.  

 

“이제 놀러 온 느낌이 좀 들어!”

스케이트를 타고 온 막내가 말했다.

“어떤 게 가장 재밌었어? 오랫동안 탄 스케이트?”

“아니, 하늘가르기!”

우린 이곳에 와서 각자 즐거웠던 점도 달랐다. 나는 산천어를 낚은 거, 휴게소에서 커피를 달달하게 먹은 것이고, 막내는 집라인을 타고 잠깐 하늘을 갈라 본 거였으니....      

    

정신없이 막내를 맞춰주다 보니, 여행사에서 준 축제 입장 티켓을 잃어버린 나는 걱정이 됐는데(다시 막내가 낚시를 하자고 하면 이 티켓이 필요했다.), 다행히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티켓을 구해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막내도 잃어버릴지 몰라 두 장을 챙겼는데, 한 장은 잃어버린 내 티켓 같았다. 구겨지고 찢어진 흔적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조금 후회된 것은 나처럼 잃어버려 당황한 사람을 위해 한 장은 놓고 올걸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나도 욕심이 많구나!’

집에 와서 이런 생각이 새삼 들었다. 사소한 일이었지만 놓치고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부 이곳 축제 장소에서 각자 즐기고, 4시 10분까지 정보고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버스에 탑승해야 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 우린 마지막 들러볼 장소로 가고 있었다. 얼음조각광장인데 가이드가 챙겨준 티켓을 지나칠 수 없는 마음에서였다.  

얼음광장은 핑크퐁 캐릭터를 조각한 얼음, 이순신과 거북선, 어떤 성 같은 곳 등이 얼음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얼음을 만지고 보고 오는 것뿐, 냉동실에 얼려 있는 얼음 조각을 크게 안아보고 만져보고 오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 체험할 수 있는 건 얼음 미끄럼틀이었다. 얼음 계단을 올라가 헬멧을 쓰고 플라스틱 엉덩이 받침판을 잡고 내려가는 1분 안에 내려오는 미끄럼틀이었다. 성인도 탈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것 타려고 이곳에 온 기분이 들어 좀 아쉬웠다. 둘러보는데 5분도 안 되는 얼음조각광장을 떠나 화천 시내를 조금 둘러보고 서점과 문방구를 거쳐 버스가 있을 장소로 막내와 가고 있었다.

“엄마, 같이 가자고! 내가 몇 번 얘기해야 알아?”

뒤 따라오던 막내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알았어, 미안해! 네 걸음에 맞춰 줄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로 돌아가는 골목에서 내가 한 말이었다.     

 

 

우린 초행길이고, 길치였다. 이십 분 이상을 헤매고 있었는데, 헤매는 사이 맞추던 걸음도 마음처럼 갈라져있었다. 내가 노력하고 걸었는데, 이젠 막내가 사라졌다.

“얘가 어디 간 거야?”

나는 가던 길을 되돌아갔다. 막내는 개를 만나서 한참을 거기 있었던 거다.

“쓰다듬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귀여워서 여기 있었어.”

“말도 안 하고 사라지면 어쩌니?”

나는 막내보다 걸음이 자연스럽게 빠른 거고, 막내는 자기 내키는 데로 걷는 걸음인 것이다. 같이 가다가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나면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멈추는.

막내가 사과를 안 하니 어쩔 수 없다. 요즘엔 막내가 말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나, 중2야! 사춘기니까 건드리지 마, 엄마!”

“헐, 난 갱년기야!”

“엄마 갱년기 맞아? 안 같은데?”

“맞아! 엄마가 네가 사춘기라 참는 거지. 그리고 갱년기가 갑자기 오니? '이제 갱년기다!' 하고. 엄마가 어떻게 널 이겨?”

“알았으면 됐어! 난 사춘기니까!”

나는 갱년기이고 어른이니까 참아야, 갱년기도 사춘기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로 5시간 이상 오가는 당일치기 여행은 잠도 설치고 몸은 피곤했지만 막내가 “하늘 가르기”에 만족했다니, 나도 만족이다.

막내가 해외여행이다, 제주도여행이라도 가고 싶어 했지만 요즘 비행기 사고가 많이 나더라는 핑계를 대며 다음으로 미뤘다. 스케이트는 자주 타니까 흔한 즐거움이고, 낚시는 재미없었지만 “하늘가르기”는 처음 맛본 경험이라 막내가 흡족하다 못해 다시 타려고 했다.  줄에 의지한 체 공기를 가르는 기분이 좋았나 보다. 

나는 얼음 위에서 구멍으로 낚는 낚시의 맛을 봐서 좋았으니, 서로 추억 한 가지씩 마음속에 저장했으면 됐다.      

 

시청역에서 내려주겠다던 버스가 종로 3가에서 내려줬다. 시청역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 경찰이 막아섰다고 했다. 광화문 근처로 집회가 한창이라서 그런가 보다. 지하철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저녁 8시쯤에 집 근처에서 내리려는데 막내가 노래방에 들렀다가 간다며 내리지 않았다. 나는 피곤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사춘기 막내는 아직 에너지가 남아도는 가보다.

아마, 김건모의 첫인상을 부를 것 같다. 내가 20대 때 즐겨 부르고 외우던 노래를 사춘기 딸이 좋아하다니, 세대는 평행선으로 달라도, 좋아하는 노래는 서로 만난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아무런 말도 필요치 않아! 이런 게 아마 사랑일 거야―”     

 눈에 반해 버린 사랑!

막내와 나의 노래 취향은 첫 눈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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