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따뜻한데 있으면 열이 오르고, 밖에 한 번 갔다 오면 열이 뚝 떨어지냐고, 36도가 뭐야!”
막내는 9시에 영어학원에서 돌아왔다. 10시 넘어서 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재시험은 안쳤나 보다.
막내는 편의점에 들러 불닭볶음면을 사 올 줄 알았는데, 육개장과 양파링을 사 왔단다. 어제 불닭면에 소스를 다 넣고 먹더니 속이 좀 쓰렸나?
“저녁 먹고 먹어!”
“알겠어!”
학교에서 바로 학원으로 갈 거라 생각한 막내가 4시 반에 돌아왔다. 폐렴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감기에 걸렸다며 학원 가기 싫다고 했다. 학교에서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많이 났다며 집으로 온 거였다. 막내는 가방을 내려놓고 체온계를 귀에 연신 재보며 체크했다.
“엄마, 37.5도야, 학원 못 가!”
“어디, 줘 봐!”
“꺼졌어!”
“뭐? 체온계가 꺼져?”
“다시 재볼게. 띡―. 왜 정상으로 나오지? 이상하다!”
“열 높지 않으니까 학원 가!”
막내가 열을 다시 재더니 말한다.
“엄마, 36.9도야! 정상 체온은 아니라고!”
“자꾸 바뀌니까 확실한 감기는 아니야! 그러니까 다녀와!”
막내는 핑곗거리를 못 찾고, 학원에 다녀왔던 거다.
“엄마, 저녁 메뉴가 뭐야?”
“샤브샤브!”
“맛있겠다! 나, 조금만 줘. 육개장 먹게.”
“알았어.”
휴―. 오늘도 겨우 학원엘 보냈다. 이유가 붙은 “학원 가기 싫어!” 놀림 노래가 낫다. 그냥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열이 올라서 가기 싫다고 했는데, 열이 안 오르는 바람에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늘이 도운 것 같다. 딸의 잔꾀가 늘 이만하면 좋겠다. 이 정도라면 나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학원 가기 싫었는데, 막내는 육개장으로 달래려나 보다. 이 정도쯤은 밥 먹고 먹는 거라 허락할만하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오늘도 큰 탈 없는 하루에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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