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며칠 전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라며 증을 만들어줬다.


막내가 쥐어 주고는 혼자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나서, 넷플릭스를 보려고 했는데 아들이 자기 방에서 나와 컴퓨터와 TV를 동시에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아들은 컴퓨터로 영화를 보려 했나 보다.
나는 혼자 낮에 보겠다고 했는데, 아들이 자기 컴퓨터를 켜서 영화를 틀고는 거실에 와서 TV를 틀어 "오징어 게임"을 찾아 시작 버튼을 눌렀다.
"되네! 엄마랑 저랑 따로 봐도 되네요!"
좀 전에 아들이 저녁을 먹을 때 나는 '나 혼자 산다'를 보고 있었다.
초록색 짧은 패딩을 입은 배우가 이 패딩을 입고 밖을 나가면 싸인해 달라며 다가오는 사람이 많다고 좋아하는 장면을 아들에게 얘기했다.
"이장우 배우가 초록..."
"엄마, 김장우 배우야!"
"그래?"
나는 휴대폰으로 찾아봤다.
"아들, 이장우가 맞는데!"
나는 속으로 '아싸!'를 외쳤다.
"그렇구나!"
그동안 엄마가 아들 이름을 부를 때 잘못 말해 자녀 셋 이름이 다 튀어나오거나, 잘못 뱉은 말을 주어 담지 않아도 알아듣거나 이해해 줄 거라는 안이한 마음도 있었고, 틀린 친구 이름을 불러서도 엄마는 자기한테 너무 관심이 없다고 늘 말했다.
"내가 몇 번을 얘기해 줘야 돼요?"
"엄만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딸 이름을 부르는 건 또 뭐죠?"
그런데 오늘은 역전이 된 날이다. 가정에서 오징어 게임을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죽을지 모른다.
"착각하거나 말을 잘못 뱉으면 아웃!" 하는 게임 말이다. 오늘은 아들이 삼세판 아웃!
1. 배우이름 잘못 말한 거,
2. 넷플릭스로 TV와 컴퓨터로 따로 볼 수 있는데 착각한 거,
3. 마지막 세 번째는 날짜를 잘못 말한 실수!
"엄마, 월말에 가는 거 30일인가, 31인가? 언제예요?"
"응, 2월 1일."
"아니, 11월 30일이에요, 31일이에요?"
나는 "화천산천어축제"에 가는 날을 생각했고, 아들은 외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날을 생각한 것이다. 나는 내가 착각한 걸 알고 아들에게 말했다.
"설에 외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날 말하는 거지?"
"네!"
"11월이 아니고, 1월 30일."
"맞아요. 내가 왜 11월이라고 말했지?"
"그럴 수 있지. 엄마도 종종 허투루 말할 때 있잖아!"
아들은 내 말이 싫지 않아 보였다. 내가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며 아들을 이해하는 태도는 아들이 엄마의 과거를 잊는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내가 아들에게 따지지 않은 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함이다.
"엄마가 그럴 땐 엄청 뭐라고 하더니, 너도 똑같아!"
라는 얘길 해버리면 아들은 화를 낼 것이고, 자신의 실수를 망각하게 되며 나의 예전의 실수까지 보태서 얘기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게임에 지는 거다.
아들 눈치를 보며 마음은 '콩닥콩닥' 긴장되고, 화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잘 참았다.
나는 오늘 "우리 집 오징어 게임"에서 아웃되지 않고 승자가 됐다.
19년 체증이 '싹' 한 차례 내려간 듯싶다!
오늘은 아들이 엄마와 비겨서 승자가 되고 싶지 않은지, 순순히 자기 방으로 가서 불을 꺼놓고 영화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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