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동화를 읽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도 필요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서로에게 "도토리 사용 설명서"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없어서 서로 오해하고, 이해 못 하는 일 때문에 마음 아파하기도 하니까요.
장애를 가졌는데도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자기 몸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은 특별한 조종 장치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 생각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특별한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설명서를 만든다는 것도 그렇고요.
특히, 이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게 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해달라고 ‘막’ 떼쓰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어느 정도 포기하고 상대를 맞춰주려고 하는 마음이에요.
그 마음을 갖기가 쉽진 않은데,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는 말도 못 하셨는데, 그걸 지켜보고 돌봐주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도토리 사용 설명서"를 연관 지어 봅니다. 40년을 넘게 함께 사셨지만 아내가 눈빛으로 하는 얘기를 잘 몰라하실 때 놀라기도 하면서 잠깐 아버지가 밉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평생 어머니를 위해서 사셨다고 생각하니까 그 단점은 작은 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병원에 가자고 어머니한테 물어보는데 말 못 하는 어머니에게 계속 물어봐요. 대답 못하시는데…. 제가 어머니에게 눈을 끔뻑하고 말해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눈 깜박임으로 아버지가 알아채셨어요.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예/아니요’로 답하는 눈 깜빡임이었어요.
눈빛으로 통하고 그것보다 더 빠른 마음으로 통하는 관계가 모든 사람을 연결해 주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일지 상상해 봅니다.
그 세상에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도토리 사용설명서"도 필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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