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전체 글190

드립 라면 “밥 먹어!”아침 8시쯤 깨웠는데, 막내는 재량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나가, 나 더 잘 거야!”사춘기가 물오를 듯 오른 딸과 맞서는 건 중학생보다 못한 엄마가 된다. 나는 얼른 문을 닫아주며 나왔다.  10시 반, 지금 시간을 놓치면 막내가 아침을 거를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미리 챙겨 먹었다. 엄마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 사춘기 자녀 셋을 감당하려면.막내는 침대에서 핸드폰을 쥐고 여전히 뒹굴뒹굴하고 있다. 나는 책상에 쟁반 채 장조림 계란밥을 놓고 나오면서 말했다."아침 먹으면 라면 끓여줄게. 토요일에 먹는 거지만, 오늘은 특별히!"딸은 군말 안 하고 말했다.“오케이!”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유유히 방을 나간다. 막내는 내 뒤통수에 대고 당부했다.  “물 한강 만들지 마!”“왜, 한강 만들면 노벨문.. 2024. 11. 15.
모래여인 모래 여인이 타임머신을 타고소돔과 고모라로 갔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지“뒤돌아보지 말라.”      아담과 이브에게 말한판도라의 상자는 롯의 아내에게탐스러운 사과였지      정령 죽으리라,설마 죽겠어?롯의 아내는 몰라서 돌아봤지아담과 이브처럼사람이 소금 기둥이 될까      모래 여인은지나칠 수가 없었어소금 기둥으로 변했던 아내의 피가몸을 타고 흘렀거든모래 기둥이 돼서 부서지는고통을 느꼈거든       알고 온 모래 여인이  아내 몸에 들어갔어빛보다 빠른 게 사랑이라면사랑 때문에 들어갔겠지      아내는 뒤돌아보지 않았어우르르소돔과 고모라가 무너지는 소리,그들은 소금 기둥이 되는 고통을 느꼈어      모래 여인은 소알로 가서롯과 그의 아내와 두 딸의몸에서 빠져나왔대 2024. 11. 14.
<눈물상자> 도서 서평 - 한강 지음 대학로에서 독특한 어린이극(검은 상자를 들고 무대에 나타난 그가 커다랗고 투명한 눈물방울들을 꺼내 보여주었던 강한 인상이 남아)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동화를 쓰게 됨. ‘눈물을 상자에 모으는 아저씨가 있다.’는 설정외의 모든 것은 새롭게 썼다고. 이따금 떠올라 마음을 씻어주던 이미지(눈물들의 반짝임)에 감사한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리를 구하러 오는 눈물에 감사한다고. ‘눈물단지’로 불리던 아이(이름은 따로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특별함이 있는 아이가 됐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결코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 봄날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에 눈물 흘리는 아이 잠들 무렵 언덕 너머에서 흘러든 조용한 피리소리에도 하루 일에 지친 엄마가 의자에 앉아 쉬는 저력 무렵.. 2024. 11. 13.
모래는 부드럽다 모래 여인이 담벼락에서 휜다그대에게 밀려고통 없이 쏟아지는 것이다     영겁을 견뎌온 네가사바를 떠난 네가사르르 흐른 이별 위에 뜨면      그대를 미워할 리 없다여인은 가시에 찔린 흔적을 안고절벽으로 떨어진다      붙잡을 이유 없다그녀는 쏟아지는 오일매끄럽게 가시를 덮고말랑히 바스러진 그대를 휘감아유유히 담장을 넘는다      그대의 말과그대의 숨결과쓸린 사랑이모래알에 섞여 부드럽다      콸콸 담벼락을 밀고윤활유가 내린다바닥을 치고 모래가 퉁긴다 2024. 11. 13.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