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가꾼다는 것, 겉모습도 그렇지만 속을 가꾸는 건 신경을 쓰지 않으면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위장은 평소에 튼튼하게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자주 배탈이 났다. 요즘 나는 먹는 욕심이 많다는 걸 절절히 느낀다.
20년 가까이 전업주부이다 보니 야외 활동이 많지 않고, 아이들이 남긴 음식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는 습관에 젖어 있고, 주로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아서 속이 나빠진 것 같다.
뜨개질을 배우고 수세미부터 레이스, 가방까지 뜨던 때는 배우는 재미가 커서 하루 종일 앉아서 뜨개질만 한 적도 꽤 있었다. 그때 치질이 생겼다. 뭐든 한 곳에 푹 빠질 때는 몸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안 좋은 습관이 있다면, 밥을 먹고 얼마 안 돼서 쿠키와 커피를 먹는 습관이었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게 좋지 않아서, 식사를 하고 먹는데도 위장엔 무리가 가는 거였다.
젊은 이삼십 대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속이 이제는 반응을 빠르게 해주고 있다. 먹지 말라는 신호 같고, 자주 병원에 들락날락 할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커피가 주는 검은 유혹, 달콤 쌉싸름한 맛과 향기.”
커피믹스로 시작해서 더치 커피로 먹다가, 커피 머신을 사서 원두를 갈아서 날마다 두세 잔씩 내려 먹다가, 한잔으로 줄이다가, 그것도 몸이 받아주지 않아서 디카페인으로 바꿨는데, 이마저도 속은 밀어내고야 말았다.
하루에 네다섯 잔 먹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도 그런 속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하면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방법을 요리조리 생각하며 먹어봤지만, 결국은 끊는 쪽으로 매듭이 지어지고 있다. 몸이 받아주지 않아서 커피와 헤어질 결심은 한 거다.
동화 동아리 모임에서 합평을 해주시는 선생님은 아예 커피가 몸에 안 받아서 못 드신다고 하셨고, 어떤 분도 소화가 잘 안돼서 밀가루 음식과 커피를 끊었다고 하신 분도 있었다.
그분은 커피도 이제 안 마시고 밀가루 음식도 안 먹는다고 했는데, 내가 모임 때마다 자주 빵이나 쿠키를 만들어 오니까 밀가루 음식을 평소에 많이 먹는 줄 아셨나 보다.
“밀가루 음식 먹으면 안 돼! 몸에 안 좋다고!”
아이들이 다이어트 하라고 한 적은 있었지만, 밀가루 음식 먹지 말라고 말린 적은 가족도 그 누구도 없었는데. 그분이 친정엄마보다 더하게 말리는 것 같아서 조금은 섭섭했다.
“저 집에서 많이 안 먹어요! 이렇게 나누어 먹으려고 만들어 온 거예요.”라고 얘기하고, 아예 끊어도 요요현상이 와서 못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머핀을 만들어 오고 그분은 쿠키를 가져오셨는데, 동아리 모임에 같이 나누어 먹을 생각으로 사 오셨다고 했다. 빵집에서 빵과 쿠키들을 보니 너무 먹고 싶었다고도 했다.
“가끔 먹는 것은 괜찮아요!”라고 나는 말했는데, 우린 서로 웃으며 공감했던 것 같다.
나는 2년 전에 오븐을 사서 신나게 이것저것 과자와 빵을 만들었던 것 같다. 처음엔 흰 밀가루를 사용하다가 건강에 좋은 통밀로만 빵과 과자를 만든다. 요즘엔 예전만큼은 자주 만들지 않는데, 먹을 식구가 없어서 남으면 다 내 몫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똑같은 것을 며칠간 먹으면 물려해서 동아리 모임이나 지인들 챙겨줄 때 만들어서 나누어주고, 식구들이 먹을 건 조금 남겨놓는다. 이런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커피도 디카페인으로 띄엄띄엄 먹고 있었는데, 끊어야겠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다.
액상 커피를 사서 지인에게 주려고 했는데 못 주게 돼서 남은 2병의 원액을 혼자 꼴짝 꼴짝 매일 먹다가 배탈이 크게 났다.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며칠 그렇게 먹으니 또 배탈이 난 거다. 내가 내 위장을 위해 조절할 줄 모르니 아예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에 있는 위장에 내 마음대로 따라오라고 할 수 없는 노릇! 내가 먹고 싶은 욕심을 참고, 건강을 위해 위장이 원하는 대로 맞춰줘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속을 너무 몰라준 것 같다. 말도 할 수 없는 속은 아주 부글부글 끌었을 거다. 가족들의 마음속을 알려고 귀 기울이고, 눈치 보면서도 내 몸에 신경을 못 썼다니! 이제는 더 돌봐줘야겠다!
나는 아까운 피 같은 원액의 커피를, 삼분의 일밖에 안 먹은 한약같이 맑은 커피를 하수구에 콸콸 버렸다. 눈에 보이면 손이 먼저 가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신선하고, 맛있게 차갑게 보관되어 있으면 손이 갈 수밖에….
커피를 안 먹은 지 이틀째 되었다. 아주 가끔 운동할 때나 지인들 만나서 얘기할 때는 사 먹겠지만 집에서는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홍차 맛이 나면서 카페인이 없는 루이 보이스 차도 있는데, 커피 맛이 나면서 카페인이 없고 속에 좋은 차는 개발이 안 되나? 아마 그런 차가 있으면 당장 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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