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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기억에 남는 생각들/소설외

짧은 소설 쓰는 법 3(자신감)

by eye-bird 2024.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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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버리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 글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정말 잘 쓴 걸까,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죠. 프로 작가가 된 뒤에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으니 습작할 때는 더욱 심하게 걱정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 주지 않으려 하는 경향도 생깁니다. 혼자 백날 고민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한 번 듣는 것이 좋은데도 많이들 망설입니다.
”재미없는데? “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어."
시간 버렸어.“
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까 봐 무서운 거죠. 그 말이 줄 상처가 두려운 겁니다. 하지만 그런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만 한다면 글쓰기가 늘 리 없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돌려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친구가 글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하건 다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물론 자기가 열심히 쓴 작품을 낮춰 보면 기분 나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납득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둡니다. 너무 신경을 써도 좋을 게 없습니다.
더 중요한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겁니다. 소크라테스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게 운동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중요한 말이라 하겠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전문가에게 듣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란 막연하게 잘 썼다, 잘 못 썼다고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짚어 줄 만큼 글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있는 사람이죠.
 
이 책의 서두에서 마음속 상처를 다독이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써 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처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똑바로 바라보며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왔죠. 이때 다른 사람의 피드백은 우리가 글쓰기의 요령을 익히도록 이끌어 줌으로써 마음속 상처라는 괴수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합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걸 없애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어떻게 안고 살아갈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방법입니다. 그저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상처를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 상처는 어느 날 더 크고 더 아프게 우리를 공격해 마음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습니다. 입마개를 하고 장화를 신겨 상처가 더 이상 우리를 물지도 할퀴지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글쓰기는 여러분의 마음이 상처에 전부 잡아먹히지 않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가끔은 이 과정을 반대로 하는 사람을 봅니다. 마음속 상처를 키워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일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착한 척하기의 반대하고나 할까요. 결국 가식적이고 작위적인 글쓰기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비평을 받는다
옛날 어떤 임금님이 천리마를 찾고 있었습니다. 신하에게 황금 1,000냥을 주며 천리마를 구해 오라고 했죠. 그런데 신하는 천리마가 아니라 천리마의 뼈다귀만 구해 왔습니다. 더구나 그 뼈다귀에 무려 황금 500냥을 썼습니다. 임금님은 노발대발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죽은 말을 사 왔으니까요. 하지만 신하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천리마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임금님께서 죽은 천리마도 황금 500냥에 샀다는 소문이 나면 산 천리마를 가진 사람들이 임금님께 천리마를 팔기 위해 찾아올 것입니다."
과연 신하의 말대로 1년도 되지 않아 천리마를 팔겠다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임금님을 찾아왔습니다.
중국의 역사서《십팔사략》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점을 일깨워 줍니다. 쓸모없는 비평도 받아들인다면 더 좋은 비평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비평을 하는 사람이 작가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가장 먼저 생각하세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글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익혀 온 것을 눈과 손을 이용해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글이 비판받으면 마치 자기 자신이 공격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질을 부리거나 화를 낸다면 여러분의 글을 읽고 솔직하게 반응해 줄 친구가 없어집니다. 여러분도 그런 일이 걱정되어 다음에는 자기 작품을 보여 주지 않게 되고요.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친구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충고가 소중한 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겁니다. 죽은 천리마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충고도 있습니다. 그런 충고라면 마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도 마음에 걸릴 때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J.K 롤링의 《해리포터》도 출판사에 몇 번이나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전 세계의 고전이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스물다섯 군데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야성의 부름》을 쓴 미국의 소설가 잭 런던은 첫 작품을 출판할 때까지 거절 편지를 600통이나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대작가들도 작품에 문제가 있다는 평을 받았던 것입니다.
 
아직 습작 단계인데 벌써부터 비평이 무섭다고 움츠러들면 소설을 계속 쓰기 어렵습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 보세요. 글을 쓴 본인에게는 이상한 것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습니다. 완전한 세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죠.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궁금한 것이 없어 쓰지 않은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는 궁금한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자기 소설이니까 자기는 당연히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도 그런 건 아니죠. 그런데도 지적을 당하면 발끈해서 내가 이런 것도 모르는 줄 아느냐, 네가 잘못 생각한 거다. 모든 이야기를 시시콜콜 설명하면 그게 일기지, 소설이냐 등등의 반론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지 마세요. 여러분은 그 사람을 설득하려고 글을 보여 준 것이 아닙니다. 작가는 글로 말한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세상에 나간 작품은 그 자체로 완전해야 합니다. 작가가 방패와 칼을 들고 쫓아다니며 작품을 보호하려 한다면, 작품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겁니다.
 


 
먹이를 주지 맙시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작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되는 사람과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불타는 고리 같은 것이죠. 그 고리를 통과하면 서커스의 일원이 되는 것처럼, 작가가 되려는 사람도 통과해야 하는 고리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한없는 긍정입니다.
프로 작가란 자기가 쓴 글을 돈 내고 사 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엄청 뻔뻔한 사람입니다. 그만큼 자기 글에 자신이 있는 사람입니다. 설령 판매가 저조하다 해도 그건 자기 작품이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가서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것뿐이기 때문이고 결국에는 수백 년을 살아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글도, 작가도 성장합니다. 나아가 자기 작품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소통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쓰라린 비평을 남기기도 하죠. 그것이 악플인지 아닌지는, 작가의 글에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비평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런 말을 합니다.
 
개별 독자들이 보내오는 인색한 논평에 마주칠 수도 있다. 독자들은 작가들을 씹으며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독설을 퍼붓기도 하고 경멸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과연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하단 말인가?
 
글을 쓰면서 아시모프와 같은 자신감을 가지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여러분을 작가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좌절하지 말고 언제나 자신을 믿으세요. 그때,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비평을 감사히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아시모프는 위대한 작가고 이 말은 그가 말년에 했던 이야기나 읽는 우리는 조금 물러나서 이해해야 할 겁니다. 쇼펜하우어의 말도 함께 봐 두도록 하죠.
 
하나의 작품이 ’ 불후‘의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미적 감각과 장점을 풍부하게 갖추는 것과 더불어, 이 모든 조건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독자를 찾아야 한다. 당연히 말처럼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위대한 작품에 합당한 경의를 표할 줄 아는 사람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러니 악플은 상대하지 말고 무시하세요. 휘둘릴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악플러들을 꼼짝 못 하게 눌러버린다 해도, ”정신 승리하네 “라며“ 달아날 겁니다. 다른 사람의 불쾌한 감정을 먹고사는 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Don’t Feed the Tro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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