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떤 기사를 봤는데, 어릴 때 하루 종일 동영상만 보거나 게임만 하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는 성인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어린이들은 노년기에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인데…. 그래서 하루에 3~4시간은 가벼운 신체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더라. 핀란드의 동부대 연구진이 13년 동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라고 했다.
나는 나름대로 집안일을 하고 외출도 하고 수영도 일주일에 두 번 하고 있어서 산책이라고 생각하며 하루에 오천 보 정도 걸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까지는 좋았다.
성탄절이라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이틀 전에 얘기했는데, 고3 딸이 그러자고 했고 동생들도 찬성했다. 그런데 오늘 큰딸을 깨우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 아침부터 딸이 통곡하며 울기 시작한 사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영화를 예매할 때부터 불안하긴 했지만 본인이 오케이 한터라 일어날 줄 알았는데 몇 번 깨워도 못 일어나는 것이었다.
”자기가 이날에 영화 볼 수 있다고 했으면서, 왜 못 일어나! 엄마가 그럴 줄 알았다!“
큰딸은 수시를 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비 번호를 받고 초조한 상태이고 나 또한 그랬다. 애써 마음을 서로 감추고 있었을 뿐이다. 방학이라 학교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새벽 두세 시에 자고 아침을 뛰어넘고 점심에 일어나는 버릇이 들고 말았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취미가 앉아서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운동을 배워보라고 해도 절대 하지 않아서 나는 어쩌지 못해 답답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늦게 새벽 두세 시에 자도 다음날 6시 반에 일어나서 조조 영화 보러 갈 때도 일어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나는 딸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쓸데없는 말로 상처를 줬고 막내딸은 불 난데 부채질을 하고 말았다.
”너 이렇게 평소에 하루 종일 앉아서 동영상 보고, 게임만 하며 나이 들어서 뇌졸중과 심장 마비에 걸리기 쉽데! 습관 좀 고쳐!“
좋게 얘기해서 일어나게 해볼걸. 이 말이 화근이 될 줄이야!
그런 데다 동생이 실수했다.
”언니가 가자고 해놓고선, 오빠도 어제 늦게 잤는데 일어나서 준비 다 했어! 에이고. 엄마 잘못 하나도 없어!“
”너 가만 안 둘 거야!“
침대에서 누워 있던 큰딸이 입김을 뿜어내며 말했다.
”한 대 치게? 처, 치라고. 누가 무서운 줄 알아!“
동생이 말하기가 무섭게 큰딸이 일어나서 동생에게 발길질했다. 나는 그래도 동생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하자 큰딸은 자기 방으로 가서 서럽게 울었다. 나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괜히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아들이 얘기했다. 나는 타이밍이 안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빨리 일어났으면 해서 한 말인데, 꼭 아침에 못 일어나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해야 했었나? 나는 반성이 됐다. 내가 걱정이 너무 앞섰고 딸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 같다.
막내는 언니한테 미안했는지 사과했고 언니는 울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지 조용했다. 나는 아들과 막내는 영화를 보라고 먼저 보내고 혼자 방에 들어가 큰딸이 마음이 풀리길 기도했다.
’다음에는 더 생각하고 말해야지.‘
딸에게 도움 되는 얘기라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딸의 상태를 더 고려해야겠다고 느꼈다.
이십 분쯤 흘러 노크하고 큰딸 방에 들어갔는데, 아직 자고 있지는 않더라.
”뭐 좀 먹었어?“
”응, 바나나.“
”쉴 거야?“
”응“
”동생들은 영화 보러 갔어. 영화 끝나면 음식점에서 전화해 주기로 했어. 그때 깨울까?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알겠어.“
아침에 한차례 갈등의 회오리가 불었지만, 점심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꽃이 만발할 거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딸아, 앞으로는 더 네 마음 읽어 줄게. 미안했어. 나는 언제나 널 믿고 기다리고 응원해! 엄마 마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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